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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2025. 6. 2. AM 11:54

편집 내역


— «신의!»

— 신의!

열리는 문에 움직이는 공기의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게 문을 열고, 메이시너티 백작 수체사보르가 집무실에 들어선다. 백작의 집무실은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메이시너티 백작령의 선백작들의 영정과, 드높은 백작령의 위세를 인정하는 십수개의 상장과, 공작, 어쩌면 국왕에게 하사받은 것일지도 모르는, 사실상 사용되지는 않는 포터사신이 자랑스럽게 거치되어있는 방이다. 따듯한 저녁 햇빛이 드는 방에서도 어쩐지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메이시너티 백작은 의자에 앉으며 영주들을 차례로 훑어보았다. 세 명의 자작과 한 명의 독립남작. 모두 그의 관할 하에서 각자의 영지를 맡고 있는 이들이었다.

— 자, 모두들 앉으시오. 오늘은 경과보고와 훈련설계 일로 모인 것으로 알고 있소. 일단 경과보고 먼저. 서방 영지부터 보고해주시오.

모르테너티로부터 베로너티, 피스카너티, 카스텔러티의 순서였다. 모르테너티 자작 모르텐은 차분히 말을 꺼냈다.

— 모르테너티 자작령은 특이사항 없이 평온합니다. 순찰중에 발견된 것은…

모르테너티 자작의 보고는 정확하고 간결하다. 숫자와 사실들이 꾸밈없이 나열되었고, 메이시너티 백작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보고를 들었다.

— 베로너티 남작령은…

베로네티 남작의 보고 역시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예상 범위 내의 보고였다. 다음은 피스카너티 백작의 차례였다.

— 피스카너티 자작령 역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피스카너티 자작은 잠깐 생각했다.

— 전방 감시에 사용되는 포터소트들이 원인 불명의 이유로 자주 멈추는 문제가 일주일 전으로부터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원을 동원하여 포터소트를 계속 가동하게 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포터신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포터소트 (Potysot). 정제된 마력을 특정 주문에 의해 자동으로 발산하게 만드는, 자동화 포터스 구사 장치. 포터소트는 퇴틀러 연합의 «기계»로서, 지성체의 단순 반복 행위를 줄여주는 도구로 활용된다.

포터신 (Potysin)이란 포터스 마법을 업으로 다루는 자. 보통 퇴틀러군의 경우 사단급, 그러니까 백작령 휘하에 관리자를 둔다.

— 알겠네. 포터스 지원대에 명령을 내려두지.

— 카스텔러티 자작령은…

카스텔러티 자작도 별 특이사항 없이 보고를 마쳤다.

메이시너티 백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 명의 보고를 들으며 그는 한 가지 차이점을 발견했다.

모르테너티와 카스텔러티의 보고는 전형적인 군사 보고였다. «평온함», «특이사항 없음», «정상 작동». 하지만 피스카너티 자작의 보고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었다.

포터소트의 고장. 다른 자작들이라면 단순히 «장비 고장으로 인한 교체 요청»이라고 보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피스카너티 자작는 «원인 불명», «주기적으로 발생»이라는 표현을 썼다. 마치 그 현상에 어떤 패턴이 있다고 보는 듯했다.

— 피스카너티 자작.

— 예, 백작 휘하.

— 그 포터소트 고장이 «주기적»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이오?

피스카너티 자작은 잠시 망설였다. 사실 그가 발견한 것은 단순한 고장이 아니었다. 포터소트들이 멈추는 시간과 장소에 묘한 규칙성이 있었고, 특히 엘리트 광물이 매장된 지점 근처에서 더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이런 관찰을 군사 회의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 대략… 이틀에 한 번씩, 주로 새벽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리고…

피스카너티 자작은 다시 한번 망설였다.

— 지형적으로 특정 구역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메이시너티 백작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것은 단순한 장비 노후화가 아닌, 뭔가 다른 원인이 있다는 뜻이었다. 다른 세 명의 자작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 어떤 구역이오?

— 성벽 동쪽 모서리 부분과… 그리고 옛 감시탑 주변입니다.

피스카너티 자작의 대답에 백작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지역들은 모두 엘리트 광물 매장지와 인접한 곳들이었다.​​​​​​​​​​​​​​​​

메이시너티 백작은 속으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주기적», «지형적 특정 구역», «새벽 시간대 집중». 이런 표현들은 일반적인 군사 보고서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대부분의 자작들이라면 «포터소트 고장으로 교체 요청»이라고 간단히 보고했을 텐데, 이 젊은 자작은 마치 어떤 연구자처럼 현상을 관찰하고 있었다.

백작은 피스카너티 자작을 자세히 관찰했다. 다른 세 명의 자작들이 전형적인 군인의 자세로 앉아 있는 반면, 피스카너티 자작은 무의식적으로 책상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그리거나 계산하는 듯한 동작이었다.

‹이상한 아이로군.›

백작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피스카너티 자작은 분명 다른 부하들과는 다른 종류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 알겠네. 일단 포터신 지원은 예정대로 보내겠네. 그런데…

백작은 잠시 망설였다가 결정을 내렸다.

— 피스카너티 자작, 자네가 관찰한 그 현상들을 좀 더 자세히 기록해두게. 혹시 모를 일이니까.

다른 세 명의 지휘관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단순한 장비 고장에 대해 추가 기록을 요청하다니. 하지만 피스카너티 자작의 표정은 밝아졌다.

— 예, 백작 휘하. 상세히 기록해두겠습니다.

백작은 피스카너티 자작의 반응을 주목했다. 추가 업무를 맡겼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뻐하는 듯한 표정… 이것 또한 일반적인 반응은 아니었다.​​​​​​​​​​​​​​​​